한 위대한 스승이 있었습니다.
그 위대한 스승으로부터 훌륭한 가르침을 얻기 위해 많은 똑똑한 제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똑똑한 제자들 가운데에는 약간 모자란 듯한 바보제자가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스승께서는 유독 그 바보제자를 좋게 생각하고 애정을 쏟아주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모든 제자들은 늘 불만을 품었습니다.
불만이 쌓이던 어느 날 제자들은 하나 같이 모여들어 스승님께 항의를 했습니다.
바보제자에게 보여주는 편애가 부당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스승께서는 제자들에게 내일 바보제자를 특별히 사랑하는 이유를 말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이튿날 제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스승은 모든 제자들에게 새를 한 마리씩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과제를 주기를,
오늘 저녁 해가 질 때까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이 새를 죽여서 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
제자들은 앞을 다투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을 찾아
서둘러 흩어졌습니다.
제자들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을 찾아...
깊은 숲속으로
산중에 아무도 모르는 동굴 속으로...
많은 잎이 몸을 가려주는 큰 나무 꼭대기로...
지붕 밑으로
마루 밑으로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는 곳을 찾아 갔습니다.
거기서 새를 죽여서 돌아왔습니다.
오후가 되자 스승 앞에는 죽은 새들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해지기 전 바보제자를 제외한 모든 제자들이 돌아왔습니다.
바보제자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늦은 저녁이 되어도 바보제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습니다.
제자들은 웅성웅성하기 시작합니다.
이번에야 말로 스승께서 저 한심한 바보제자를 바로 알게 되실 것이다.
해는 이미 저물었고 스승께서 말 한 시간은 이미 지났습니다.
저녁도 지나고 밤중쯤 되어 바보제자가 나타났습니다.
온 통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지친 듯 나타난 바보제자의 손에는
아직 살아있는 새가 들려있었습니다.
모든 제자들은 한 마디씩 조소의 말을 던집니다.
스승은 물었습니다.
해가 지기 전까지 새를 죽여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시간도 많이 지났고 새는 왜 아직 살아있느냐?
바보제자는 대답했습니다.
스승님!
스승님의 과제를 받들고 아침부터 이 시간까지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깊은 숲속으로
산중에 아무도 모르는 동굴 속으로...
많은 잎이 몸을 가려주는 큰 나무 꼭대기로...
지붕 밑으로
마루 밑으로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는 곳을 찾아 보았지만...
신(神)이 계시지 않는 곳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과제를 풀지 못한 못난 제자를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비에 젖은 생쥐처럼 땀에 젖어 지친 바보제자는
스승님 앞에 쌓인 죽은 새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스승에 대한 불만으로 웅성웅성하던 똑똑한 제자들은
한 순간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
잠시 후 스승은 말했습니다.
이것이 내가 바보제자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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