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도원의 후원으로 동방으로 여행할 순례단을 모집했고 여행을 돕기 위해 레오라는 늙은 하인이 동행했다. 그는 순례자들을 위해 하찮은 일을 도맡아 하며 때로는 여행에 지친 영혼을 위로해주었다. 여행의 계획을 알려주고 길을 안내하고 충성을 다했지만 신분이 하인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인 레오가 갑자기 사라졌다. 순례자들은 혼돈에 빠졌고, 누구도 레오의 일을 담당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순례는 실패로 끝났다. 몇 년이 흐른 후 그 일행 중 한 사람은 수소문 끝에 그 순례여행을 후원했던 수도원을 찾게 되는 데, 거기서 그저 심부름꾼으로만 알았던 레오가 그 대수도원의 최고 책임자이며 가장 존경받는 리더임을 알게 된다. 레오는 섬기는 지도자의 모델이었다. 헤르만 헷세의 ‘동방으로의 여행’ 줄거리이다.

소설 속 인물 레오를 모델로 로버트

그린리프는 “조직은 조직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1996년 그의 책이 출간되면서 ‘서번트 리더십’은 미래 경영에 있어서 전통적 리더십을 대체하는 핵심 경영이론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은 리더의 유연성과 적응성을 요구하고 있다. 조직의 결과는 제도가 아닌, 이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조직원의 역량에서 발생하므로 사람에게 가치를 둔다. 제도는 모방할 수 있지만, 사람은 모방할 수 없으므로 조직이 갖고 있는 인적 자원이 궁극적인 경쟁력이 된다. 서번트 리더는 조직을 이루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다. 

인공지능과 세4의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 사회의 모습은 누구도 예측을 허락하지 않고 있으므로, 미래인에게 창의성, 능동성, 적응성, 유연성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도구가 되고 있다. 다윈의 말처럼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은 것은 강한 자가 아니라 적응한 자였다’고 한 말이 생각나는 때이다. 

미래 지식기반의 사회는 사람이 경제의 자원이 되고 사회 변화의 원동력이 된다. 더 높은 교육수준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트랜드는 사람에게 가치를 두는  서번트 리더십과 한 방향 정렬을 하고 있다.

서번트 리더십은 최근에 소개되는 듯 하지만 섬김으로 자기가 속한 공동체를 이끌어 왔던 서번트 리더십의 모델은 아마도 최초의 사람들이 사회를 만들어 살기 시작했던 때부터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의 근간을 이루어 왔던 기초가 아니었을까.

남존여비 사회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하고, 가장 무시당했으나, 가장 큰 헌신으로 가정을 이루고 지켜왔던 우리의 어머니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어머니라는 이름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경험했던 서번트 리더들이었다.

전쟁으로 일그러진 조국의 붉은 황무지 위에서 두려움에 맞서 굳건히 버티어야 했던 우리의 아버지들이 서번트 리더들이었다. 역사의 날 선 흙바람을 홀로 맞으며 우리의 울타리가 되어 주었던 아버지들은, 인생의 모든 가치를 오직 가족에게 두고 단지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투신했던 그 인생은, 그 자체로 묵직한 닻 같고 빛나는 등대 같다. 

절대 죽고 살지 못할 것 같았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머니의 자궁처럼 우리를 품고 지켜주었던 것은, 어느 제왕이나 군주의 탁월한 능력이 아니었다. 사회를 이어가고 성장시키는 견인차 역할은 우리 주변의 잊을 수 없는 서번트 리더들이었다. 조직원들의 성장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서번트 리더십의 실행자들, 진정한 리더들이다.